주관적인 소설 리뷰/문피아

[웹소설 리뷰, 추천] 동방의 라스푸틴 - 러시아 황실의 동양인

이자다 2022. 5. 8. 12:33
반응형

오늘 리뷰할 소설은 동방의 라스푸틴이라는 작품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이 원인모를 이유로 러일전쟁 직후의 러시아 제국에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먹고살기 위해 길거리에서 타로카드로 점을 치기도 하고 돌팔이 의사일을 하기도 한다. 여타 대체역사 소설과 다르게 길거리 점쟁이, 길거리 돌팔이 의사로 시작하는 게 꽤 새롭게 느껴졌고 이 생소한 스타트가 초반부를 흥미롭게 만들어 글을 쭉쭉 읽어가게 한다.

이후 황자의 병을 치료할 의사를 찾는 황실에 의해 황가로 끌려와 원래 역사의 라스푸틴이 그랬던것처럼 황자를 치료하려 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궤도에 들어선다.

처참한 수준의 행정력, 이를 어떻게든 끌고가는 총리, 총리와 연대하여 부국강병을 이끌어내 황실을 존속시키려는 주인공, 득실거리는 똥별들, 국가 발전에 방해만 되는 귀족들이 서로 뒤엉키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숱한 방해꾼들을 뚫어내며 러시아를 반석 위에 올리는 주인광과 총리의 듀오 플레이는 스토리에 강한 흡입력을 만들어냈다.

초반부와 중반부는 잘 풀려가는 듯, 서서히 긴장이 풀려가는 듯 해도 예상치 못한, 그러나 억지스럽진 않은 상황이 들이닥쳐 작중에 긴장감이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되어 소설이 지루해지지 않아서 좋았다. 글 후반부도 강대국이 된 러시아와 세계 각지의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다.

전반적으로 아주 재밌는 작품이라할 수 있겠다. 매우 만족하면서 본 소설이다.

다만 단점들도 여럿 있다.

우선 초반, 중반부의 기술발전이 작중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언급이 아주 필요할 때만 나와서 '벌써 이렇게 발전했나?'하고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 종종 나오더라. 작가는 작품을 꿰고 있어서 문제가 없겠지만 나처럼 세계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은 기술 발전이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지 않을까한다.

내용을 건너뛰는 게 종종 보이는데 이것도 단점으로 꼽을만하다. 원래 역사와 달라져서 전쟁의 전개도 달라진만큼 작가가 이를 창작해야했는데 이게 감당이 안되서 치열한 전쟁구간은 그냥 건너뛰고 내용을 진행하는 경향이 보인다. 그리고 전쟁 뿐만이 아니라 다른 내용들도 종종 건너뛰는 것도 문제다. 대체로 지루한 부분을 건너뛰어 작품을 속도감있게 진행하려는 의도가 보이지만 문제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도 싹 건너뛰어 독자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르게 만든다.

전장 상황의 설명이나 패전의 원인을 설명할 때 나오는 용어가 살짝 어려운 감이 있다. 잘 모르니 한번씩 찾아봐야하고 그러면서 흐름이 끊기고, 낯선 단어라 그래선지 잘 안읽히기도 한다. 추가로 가끔 길고 간결하지 않은 문장들도 한번씩 튀어나와서 가독성을 망친다.

그리고 전장의 묘사 자체는 특색있지 않고 평범하다 할만한데 해전에 대한 묘사는 심하게 별로였다. 배 종류도, 이름도 다양하고 무슨 전대도 많고 무슨 부대도 많고 너무 혼잡했다. 특히 배 이름에 대해 잘 모르는 나같은 독자는 배 이름만으로는 얘네가 어느나라 군인인지 잘 모르겠다. 독일쪽 배면 독일어만 쓰고 영국쪽 배면 영어만 쓰면 좋겠는데 나포함 같은건진 몰라도 배 이름 스타일이랑 국적이 안맞는 경우도 있어서 혼란스러웠고, 오래되서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영국과 미국은 같은 영어권 국가들이라 배 이름 구분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았다.

인물에 대한 설명도 '굳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간접적으로 묘사하거 암시에 그친다. 황녀나 다른 주인공의 여인들이 임신했으면 임신했다고 언급하면 될 것을 꼭 간접적으로 암시해서 '임신한건가?'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임신 이외에 주인공의 사적인 관계부분에서 이렇게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묘사가 자주 튀어나와서 약간 짜증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위에 나열한 단점들은 다 그러려니하고 넘길 수 있다. 작품의 재미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문제는 아니니까. 그러나 이 문제는 달랐다. 대체역사물의 꽃이라할 수 있는 역사개변 후의 상황이 가져다주는 재미가 다른 대체역사물에 비해 밋밋해졌기 때문이다.

역사가 개변됐으면 어떻게 변했는지, 그로 인해 주인공의 나라가 얼마나 위상을 떨치는지, 주인공과 주변인물이 얼마나 위상을 떨치는지 등 독자들에게 소위 뽕맛이라 불리는 쾌감을 느끼게 해줘야하는데 그런 부분에선 많이 부족했다. 이런 부분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다루는 게 아니라 그냥 역사개변 후의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독자가 '아 러시아가 대단해졌구나.', '주인공의 위상이 엄청나군.'정도 밖에 느끼지 못하게 한다.

특히 이 역사개변 후의 이야기가 문제인게 뽕맛이 부족한 건 둘째치고 이걸 읽다보면 내가 소설을 읽는건지 설정집을 읽는 건지 햇갈릴 정도로 설명만 주구장창 늘어놓기만 한다. 한 화의 대부분이 연설로 때워지거나, 설명으로 문단이 두꺼워지고 많아진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그런 게 더 심한데, 이 소설을 재미있어서 읽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관성적으로, 그동안 본게 아까워서 읽는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리하자면, 초중반부는 아주 재미있고 몰입해서 읽었다. 중간중간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걸 감수하고도 재미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긴장감은 떨어졌어도 이는 주인공이 그동안 행했던 많은 노력들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서 재미가 떨어졌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후반부부터 시작되는 역사개변 후의 세계 정세에 대한 내용은 설명이 과반을 차지하여 재미가 급격히 떨어지고 지루해졌다.

후반부가 루즈하긴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아주 재밌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다 읽었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대체역사물을 찾고있는 독자라면 한번 보는게 어떨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반응형